2010년 8월 8일 일요일

인셉션 (2010)


초반에 좀 졸았다. 한 삼십여분 정도. 어려운 영화라고, 썰을 푸는 영화라고, 시간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고 - 누군가 그랬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는데, 기우였다. 영화는 길었고, 스토리는 플롯에 관하여라면 비교적 심플했다.

기대가 많았기에 당연, 이상한 점들이 더 눈에 띄었다. 일테면 매트릭스와 비교하기엔 소재가 참신하지 않다. 꿈은 누구나 꾸지만 매트릭스는 아무나 접할 수 없다. 꿈과 현실의 경계는 대체로 명확하지만, 매트릭스 안에서 매트릭스와 현실의 경계는 모호하며 이해불가하다. 또한 무의식/꿈 그 자체를 논리와 증거로 연구하기 어렵지만,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. <인셉션>은 차라리 <세뇌>에 가까우며, 세뇌는 (매트릭스와는 달리) 갖가지 사회화를 경험하는 인간에게 의문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. 세뇌가 불만이라면 지구를 떠나면 되니까. 흔하다는 이유로, 꿈은 호기심을 이끌어 낼 만한 소재가 아니다. 물론 사소한 <일상>도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, 그 때는 스토리텔링이 문제가 된다. 적어도 이 영화는 모두가 알고 있는 <사소한> 꿈을 <색다른 방식>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.

영화는 완전히 다른 <꿈>을 가정하고 <룰>을 만들어 그 꿈을 정의한다. 꿈에서 총 맞으면 깨어난다는 둥, 한방에 죽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버리면 깊은 잠에 빠진다는 둥, 꿈속의 꿈은 시간이 제곱으로 늘어난다는 둥, 꿈에서 볼을 꼬집으면 (꿈을 인지하는 게 아니라) 볼이 아프다는 둥 - 기타 등등의 속성은 급조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매뉴얼이 짧을수록 좋지만, 별로 그렇지 않았다. 아무개가 등장하면 설명하고, 설명하고, 못 알아먹었을까봐 또 설명한다. 때문에 틈틈이 졸아도 그들이 지칭하는 <꿈>을 이해하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된다. 관객에대한 과도한 배려는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바가 얼마나 개연성이 적은 가를 반증하며, 동시에 그런 이유로 실감을 떨어뜨린다.

한편, 누구나 꾸는 <일상>의 꿈을 <새로운> 꿈으로 정의하는 건 어쩐지 불편하다. 첫번째 꿈에서 그들이 공중에 떠 있으므로 두번째 꿈속의 그들도 공중에 떠 있다. 그치만 세번재 꿈속의 그들은 왜 안뜨는가. 이것 말고도 그들이 느슨하게 정의한 <꿈>은 일상에서 접하는 지극히 일관된/논리적인 꿈의 작용과 오버랩된다. 조는 동안 매뉴얼이 추가 됐나? 알게 뭐람, 영화가 그렇다는데야. 언제부턴가 si-fi 를 자칭하는 영화일수록 논리 따위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. 들키지 않으려면 그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, 매뉴얼을 추상화 시켜야한다.

영화를 본 날 저녁, 아무개가 아무개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라며 링크를 걸어줬다. 글은 영화보다 더 길었고, 뭔말인지 이해도 안됐지만 - 프로이트/융/라캉의 이름이 나왔다들어갔다 했다. 이 영화가 꿈/무의식에 대한 얘기였나? 제목 <인셥션>, 혹 <세뇌>는 그들이 꿈속에 들어가야할 이유이며 행불행의 시작이었다. 그러나 <세뇌>의 도구가 굳이 꿈이어야할 필연은 전혀 없다. 또한 무의식에서 비롯된 강박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면 - 모든 영화가 그렇지 않은가. <인간>이 등장하는 영화에 <주제>가 있다면 - 그 인간의 무의식은 보여주지 못할 지라도 흔적은 끊임없이 제시된다. 극적인 캐릭터들 참 많다. 연구가 필요한 미친 캐릭터도 많다. 그에 반해 <다른 세계가 있을 거>라고 믿는 마누라의 강박은 너무 그럴듯해서 극적이지 않다. <강박>이 요지라면, 제작자는 종교에 빠진 광신도에 관한 내용으로 저렴하게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. 그러니 이 영화가 볼만한 이유는

몇개 꿈을 겹쳐놓고 벌이는 긴박감과, 남의 꿈속에 들어간다는 SF스런 설정에 있다.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일인으로서,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지나친 썰은 모르겠다. 과연, 꿈보다 해몽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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