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0년 5월 14일 금요일

무신학의 탄생



이 책의 어떤 구절...

세 일신교를 해체하고, 유대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거짓 신화를 깨뜨리고, 신정정치를 와해시켜야 한다. 이 세가지가 무신학에 주어진 첫 과제다. 그런 뒤에 무신론자는 새로운 윤리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고, 기독교 이후 시대를 끌어갈 진정한 도덕적 조건을 구축해야 한다. 그때가 되면...
그 때가 되면 - 그 때는 허무의 시대가 도래하는 건 아닐까. 앞장에서 그는 이미 몇번의 허무시대가 있었다고 쓰면서, 그러나 사람들은 이 땅에서 이천년을 군림해온 유일신교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도 했다. 즉, 하나의 종교이기보다 세계로 이해하는 게 나을 것 같은 그 종교는 우리 각자가 태어나기 이전에 있었고, 태어난 후에도 계속 있으며, 아무래도 죽은 후에도 계속 존속할 것이므로, 그 누구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<무신>을 주장할 수 없단 거다. 첫째, 그렇다면 어떻게 무신론이 가능한가. 둘째, <무신>은 곧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부정하겠단 뜻인데, 그 모두를 없앤 뒤에는 뭐가 남는가. 앞서 인용한 구절에서의 <새로운> 윤리와 <진정한> 조건이란 뭘까. 뭔가 새롭고 진정한 것이 있단 기대부터가, 오히려 유일신교의 영향이 아닌가. 신을 가정하지 않고, 어떤 것을 <진정>하다고 말하는 아무개는 그 <진정>이란 단어를 어데서 줏어 들었을까. 이것은 다분히 자가당착이다.

나는 무신학의 뒷 사정이 무척 궁금했으나, 이 책에 따르면 학문으로써의 무신학은 아직 시작도 못한 지경이며, 무신학에 입문한대도 그 뒤에 (허무가 아닌) 소망할 뭔가가 있을 지에는 부정적이다. 갖은 지식을 동원하여 무신을 학문의 경지로 들먹인 것에 가산점을 준다더라도, 이 책은 유일신교를 욕한 여타의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. 저자에 따르면 무신론이 판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데, 오히려 그래선지, 이 많은 험담은 전혀 새로울 게 아니다.

무작정 욕하기는 쉽지만 대안을 제시하기란 어렵다. 언뜻 유일신교를 욕하는 것 같지만, 이 책은 그 유일신교를 호도하는, 악용하는, 오해하는 사람들<만>을 지목한다. 그러나 신에 대한 믿음은 유일신교에만 국한되지 않고, 저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털많고 냄새나는 유인원부터 시작된다. 만약 이런 <욕>이 인간 자체에 대하여라면, 그는 무신학의 시대를 고대하느니 차라리 지구종말을 소망하는 게 나을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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