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09년 12월 27일 일요일

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(Gone With The Wind, 1939)


어렸을 적에 TV에서 명절마다 틀어줬을 때, 거의 빠지지 않고 봤다. 그러니까 이번이 다섯번는 된다. 몇몇 장면은 익숙하지만 - 다행히, 대체로 생소했다. 거진 네시간의 러닝타임이다.

나쁜 남자와 그 남자보다 더 <나쁜>, 나쁜 여자의 사랑얘기다. <진실한 사랑> 따위 낯간지런 단어는 키우지 않을 것 같던 스칼렛이 눈물을 찔끔 흘려가며 사랑을 구걸한다. 지나치게 쿨한 그녀에게 삶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. 전쟁이 터졌고, 피난 가야했고, 팔자에도 없는 허드레 일을 했고, 어미가 전쟁통에 죽었으며 애비가 미쳤고, 총으로 사람을 쏴 죽였으며, 끔찍이 귀애하던 자식이 눈앞에서 꼬꾸라져 죽었다. 꽤 오랫동안 허깨비같은 사랑을 쫒았음을 너무 뒤늦게 깨닫는다.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던 그녀가 위로의 말한마디 구했을 때, 그들의 애정은 엉망인 인생만큼이나 엇갈려 있었다. 영화는 온통 그녀의 불행으로 점철된다. 고통이 정점에 달했을 때 - 난데없이 그녀가 <After All, Tomorrow Is Another Day> 라고 말하더니, 영화가 끝난다. 뭐지? 생뚱맞은 이 희망의 메세지는.

말하자면, 희망은 불행 가운데서 보인단 건가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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